TMI: 어제 새벽 네 시에 글을 이어 쓰려다가 살던 월세방의 수도 파이프가 갑자기 터져서 집을 닦고, 청소하고, 새로 수리하느라 아름다운 불금(?)을 망쳐버렸다. 안 그래도 이번 주 평일에 몸이 좀 아파서 스트레스도 이만저만이 아니었고, 조용하게 시간을 홀로 보내고 싶었던 맘이 간절했는데..
아침에 치과 진료 시간도 놓쳐버리고 이만저만 불만으로 가득한 토요일 아침을 보내다가 책 읽으러 온 연남동 카페의 허브차 향이 너무 좋아서 금방 기분이 풀려버렸다.
스티븐 스티브 씨 브랜드의 로드 버가못(Lord Bergamot) 이 차 이름인데 전통적인 얼그레이보다 상급의 플레이버를 가지고 있단다.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다는 만큼 가격도 비쌌지만 주말에 나를 위해 이 정도 선물쯤이야..
스타트업의 장점은 매일 하는 일이 같아 보이면서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새로운 과제들이 계속 생겨난다는 것 같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 잔머리를 재빠르게 굴릴 수 있는 비법은 대학 때부터 최대한 다양한 경험과 과제를 해보는 거다.
지지난주 IT 업계와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지금까지 내게 큰 도움이 되었던 발판이 된 경력 몇 가지를 소개했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계속 다채로운 경험을 하길 선호했고, 다른 친구들은 전공과 잘 맞는 대외활동을 선택할 때 나는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골라했었다.
1편: 쓸데없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필요했던 능력들 (brunch.co.kr)
나는 구글 서칭을 잘한다. 그냥 정보를 찾는 정도가 아니라 필요한 정보(툴, 사이트 포함)를 기가 막히게 잘 구별한다. 그건 아마 이 인턴십 때문일 것이다.
아프리카는 유엔이 인정하지 않은 국가 한 개를 빼면 공식적으로 54개국이 있다. 이 중 정부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나라들이 많다. 예를 들어 소말리아는 내전으로 정부의 힘이 수도 근처 바깥으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특정 나라들은 정부 웹사이트가 열리지 않거나 정보를 충분히 안 담아서, 우리나라 외교관들 입장에서 정보를 입수하기가 정말 어렵다.
나는 아프리카 국가의 주요 행정인의 신상정보, 운영 중인 프로젝트나 웹사이트를 찾아 엑셀로 문서화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각 나라의 대통령(혹은 총리), 국회의원들의 경력, 생년월일, 가족 등 기본 사항을 파악해 표로 정리하는 것이다. 총 15개의 나라를 맡았는데 정부 사이트가 닫힌 나라들은 국회의원 장관들 정보 찾기가 참 어려웠다.
아프리카 국가는 정부 웹사이트가 부재하거나, 언어가 현지 어거나, 온라인상 접근상태가 미흡한 경우가 있어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여러 변수 인터넷으로 국제기구 사이트(BBC news, WTO, IMF, UN)에서 발간한 뉴스와 통계표를 근거로 데이터를 추가 수집해 추측해 찾는 수밖에 없었다.
예를 들어 BBC 뉴스에서 작년에 어떤 아프리카 나라의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발표했다고 하면, 그 대통령의 이름을 검색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까지 보고, 최근 소식이 안 올라왔다 하면 선거로 교체되었구나 추측하고, 다시 다른 뉴스를 찾아보고 그런 식이었다. 최대한 많은 추리를 해야 했다.
나는 탐정이다!라는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절대 재밌을 수 없는 인턴일이었고 이때 얼마나 힘들었냐면 두 시간만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으면 검은 글씨가 하얀 배경에 3D처럼 튀어나와 둥둥 떠나녔다. 그래도 이 경험 덕분에 구글 서칭의 달인이 되어 버려서 아주 만족한다.
PM은 부족한 정보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 리소스를 팀원들에게 전달해주기 위함인데 이 서치 능력이 뛰어나면 일을 잘한다고 평가 받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인도네시아 내 한국계 대기업인 KORINDO(코린도) 회사 사회적 기업의 일환으로 CSR 관련 PDA, PDI 툴을 이용한 개발협력 사업타당성 사전 조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당시 국제개발협력을 부전공하고 있는 학생들 대상으로 대학에서 이 프로그램에 파견할 학생 네 명을 모집했는데 운 좋게 선발되어 다녀왔다. 선배님들 사이에서 그나마 영어를 잘해서 통역 담당이 되었다.
뉴스에 나왔던 내가 만든 아마추어 영상 공개: [조은영상]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와 학생들의 인도네시아 현지 이야기 < 부산 < 전국 < 기사 본문 - 인터넷 조은뉴스 (egn.kr)
발리, 롬복, 숨바와 섬 시골마을을 이렇게 방문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게 발리섬의 코워킹 스페이스 기관을 방문해 사회적 기업으로서 지역에 제공하는 경제적 편의성을 연구해, 최종 문서화하여 코이카에 제출했던 것이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직업이 다양한데 노트북 하나로 일하는 여러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다. 자유롭지만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틈틈이 서로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모습이 부러웠다. '노트북만으로도 일한다'는 그들은 지금 내가 생각해도 몇 년 이상을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앞서간 사람들이었다.
어쩌면 IT 업계에 몸담고 싶어했던 계기가 이것이었을 수도 있겠다. 지금은 어디서나 원격근무 할 수 있는 회사 시스템을 보며 나도 놀라는 경우가 많다. 노마드처럼 자유롭지만 끈끈하게 붙어 함께 일하는 팀원들을 보며, 인도네시아 코워킹 스페이스서 만난 그분들이 자주 생각난다.
[3분으로 끝내는 아프리카] 유튜브를 연재했었다. 외교부 서포터스, 한-아프리카 재단 서포터즈 등을 하면서 만든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영상(교환학생 브이로그 포함)을 내 채널에 담고, 아프리카 각 나라를 3분 안에 소개하는 영상들이었다. 사실 대학 같은 전공 후배들을 위해 만든 이유가 컸는데 어쩌다가 아프리카 현지 구독자들이 더 많아져버렸다.
아도비 프리미어 프로(premier pro)를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정기적으로 사용했었어서 그걸로 영상을 만들었다. 저작권 없는 사진 리소스를 찾고, 스크립트를 짜서 녹음하고, 번역하고, 자막까지 다는 작업이어서 3분 영상 하나 만드는 데 4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래도 작업이 재밌어서 열정적으로 만들었었다.
마침 [미디어자몽]이라는 1인 크리에이터 지원기업이 있어서, 신청 지원하여 재정적/공간적/장비 지원을 받았다. 무료로 유투버 명함과 카메라 가방도 선물해주셔서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지금 이 채널은 아프리카 관련 업계에 다시 돌아갈 수 있는 끈을 만들어줘서 아주 만족한다. 아직 계획은 없지만 후배들이나 교수님, 외교부 직원들에게 연락이 오고, 일회성 외교 프로그램에 투입되기도 한다. 현재 직장 외에도 부업 차원에서 이런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는 것도 좋은 전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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